[글마당] 카뮈의 태양
어제 알제리아를 태웠던 태양이 오늘은 내 텃밭에서 쉬엄쉬엄 나의 여린 오이는 머쓱히 쑥쑥 자라고 토마토는 얼굴을 붉힌다 여명에 어둠이 사라지자 세상은 신비를 벗고 생명체들은 발걸음이 명랑해진다 오늘도 하루가 하늘로 피어오른다 밤새 긴 휴식을 취한 텃밭은 힘껏 기지개를 켜고 손발 들어 태양을 경외한다 연한 속살은 연실 터지며 칠월이 알알이 박히고 포도송이 영글어간다 이제 온 힘을 다해 몸 밖으로 밀어내는 일만 남았다 마음껏 태양을 삼키고 부풀어 터질 일만 남았다 햇빛 한입 입에 물고 바람 한 번 들이쉬고 빗방울 한번 들이마시고 하늘하늘 춤추며 하늘에 사랑 푸는 일만 남았다 사랑 거두는 일만 남았다 정명숙 / 시인·롱아일랜드글마당 카뮈 태양 햇빛 한입 연한 속살 어제 알제리아